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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비 외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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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우인(天不佑人)
원나라 말기에 제위 계승을 둘러싼 혼란은 더욱 심해지고, 등돌린 민심은 흉년으로 인해 더욱 극심한 가난에 고초를 겪고 있었다. 오랜 내란 끝에 토곤 테무르가 제위에 오르면서 내란은 일단락 되었지만, 내전으로 인해 피폐해진 민정으로 황실에 대한 백성들의 반감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올라만 가고 있었다.
이 무렵 백련교가 등장하면서 격동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하오문에서 한낱 소매치기 소년이였던 호칠은 낙양성왕대협의 눈에 들어 왕가장의 식솔로 들어가게 되는데, 왕대협에게는 소미라는 여식이 한 명 있었다. 무남독녀로 태어난 소미는 어려서부터 몸이 병약하여 언제나 집 안에서만 살아온 불쌍한 아이였다. 그런 소미에게 또래의 남자아이인 호칠은 호기심의 대상이자 새로운 가족이고 친구인 존재로 다가왔다. 소미와 호칠은 종종 함께 어울려 놀았고 그런 둘의 모습을 보는 왕대협의 마음도 흐뭇했다.
하지만 몸이 아픈 소미가 또 언제 병이 악화되어 자리에 눕게 되는 일이 생기진 않을지 한편으론 걱정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하루 하루가 지나고 어느덧 일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호칠은 장원에서 글공부를 시작하였고, 공부를 마치고 나면 백마반점에서 점소이로 일하는 생활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어리지만 제법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어 많은 지식을 쌓은 호칠이지만, 책을 통해 세상을 알게되고 자신의 처지를 깨달으면서 점점 공부에는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 때 즈음, 호칠에게 큰 사고가 생기고 말았다.

호칠이 일하는 백마반점에 손님으로 온 라마승과 시비가 붙어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그나마 호칠을 아끼던 최염이 끼어들어 말렸기에 그 정도였지 자칫 불귀의 객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더욱 큰 사고는 그 이후에 일어났다. 최염이 라마승을 말리면서 그의 품에서 슬쩍한 과일을 호칠에게 주었는데, 호칠이 그 과일을 먹고 발작을 한 것이다. 최염은 급히 낙양성의 최고의원인 백담선생을 모셔와 진찰을 받게 하였다. 백담선생이 진맥을 통해 알려준 호칠의 병은 바로 호칠이 먹은 과일이 원인이였다. 그 과일은 바로 '음양선도신과'. 음양선도신과는 음양의 기운을 담고 있는 영약으로 내공 을 가진 무림인이 먹으면 내공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지만 일반인이 먹으면 오히려 큰 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였다. 백담선생은 오직 공청석유가 있어야만 호칠의 몸속에서 음기와 양기가 출동하여 생기는 발작을 막을 수 있다고 하였고, 만약 공청석유를 먹이지 못한다면 오래지 않아 호칠이 죽을 수도 있다고 하였다. 때 마침 왕대협의 딸 소미의 천음지체를 고치기 위해 찾아온 천화진인에게 공청석유가 있었지만 공청석유만으로 호칠의 병을 쉽사리 고칠 수는 없었다. 결국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그의 도움으로 숭산달마동의 깊숙한 곳에 호칠의 병을 낫게 해줄 거처를 마련하였다.
한 병의 공청석유로 호칠과 소미의 병을 고친 천화진인은 호칠에게서 선기를 발견하고, 그의 미래에 대한 안보로 호칠에게 자신의 내공심법을 알려주고 떠났다.

그 후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호칠은 천화진인의 내공심법을 꾸준히 수련하여 초식은 배우지 못했지만 적지 않는 내공을 쌓고 있었고, 우연히 도박장에서 인연을 맺게된 연우심에게 무공을 배워 호칠은 함부로 볼 수 없는 고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소미는 천음지체의 고질병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자라나 어엿한 처녀가 되었고, 그 미모가 낙양성에 널리 알려질 정도 였다. 그 동안 호칠을 돌봐온 왕대협은 호칠과 소미에게 백년가약을 맺어주려 했고, 감히 소미와 맺어질 수는 없다던 호칠도 본디 소미를 마음에 두고 있던 터라 결국 소미와의 성혼을 약조 하고 말았다. 그리고 경사스러운 그 날이 다가왔다.
호칠과 소미에게는 뜻 깊은 날이 될 축복스러운 그 날에 결혼식이 시작될 즈음, 소미를 마음에 두고 있던 적룡방 방주의 아들인 장위충이 적룡방주를 앞세워 장원으로 쳐들어왔다. 장위충은 과거 소미에게 혼담을 넣었다가 거절당한 위인으로 호칠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으나 그 분을 삭히지 못하고 결혼식 날 행패를 부리고자 아버지를 앞세워 찾아온 것 이였다. 장원에서는 큰 싸움이 일어났고, 호칠과 장위충이 서로 겨루고 있을 동안 적룡방주는 섬서성에서 악인으로 소문난 섬서사흉을 시켜 연우심을 대적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적룡방주는 소미를 납치하였다.
장위충을 쓰러뜨린 호칠은 소미가 납치된 것을 알게되고 그에게 소미를 구출해 줄 것을 부탁해왔다. 왕대협의 딸인 소미의 납치를 두고만 볼 수 없었던 그는 섬서사흉을 쓰러뜨리고 소미의 위치를 물어보았지만, 섬서사흉은 적룡방주와 약간의 안면만이 있었던 것으로 적룡방주의 부탁으로 그 날의 전투에 참여했을 뿐, 소미의 행방은 알지 못하였다. 소미가 납치된 지 열흘 후, 낙양성에서 제일가는 소식통인 진영에게 소미의 행방을 의뢰한 호칠은 뜻 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적룡방주의 첫째아들 장효기의 사부인 도상호라는 인물이 결혼식날 소미를 납치하여 섬서성으로 달아났다는 이야기였다. 워낙 그 날의 전투가 치열하여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던 상황이였지만, 호칠은 소미를 납치당한 것에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도상호라는 인물이 백련교와 연이 닿아있다는 정보까지 입수한 호칠은 백련교에 접근하여 소미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걸림돌이 되는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섬서사흉이였다. 소미의 결혼식날 연우심과 겨루었던 섬서사흉은 연우심에게 항복하고 소미를 구출하는 일에 협조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과거에 섬서성의 화산파와 은원을 맺게 된 것이 호칠의 섬서행에 걸림돌이 되고만 것이였다. 그런 호칠에게 그는 자신이 화산파의 이목을 유인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다시 한번 그에게 신세를 지게된 호칠은 섬서사흉과 함께 백련교에 접근하기 위해 길을 떠났고, 그는 큰 마찰 없이 화산파의 이목을 속이는 데에 성공하였다.
섬서성의 폐허지에서 호칠과 만나기로 한 그는 약속한 날에 맞추어 폐허지에 도착하였지만 그를 맞이하는 것은 백련교도인 운기자였다. 호칠의 행방을 찾기위해 백련교에 가입하려는 그에게 운기자는 백련교가 잃어버린 혈서의 행방을 알아봐 주는 것을 조건으로 그의 입교를 허락하기로 하였다. 낙양성의 최염에게서 혈서를 얻은 그는 운기자에게 찾아갔지만, 운기자는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혈서의 존재를 백련교에 알려서는 안된다면서 그를 공격해왔다. 운기자와 그가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고 있을 무렵, 호칠의 사부인 연우심의 숙적인 염우백이 연우심을 찾기 위해 호칠의 행방을 찾다가 우연히 운기자와 그의 싸움을 벌이는 장소에 나타나게 되었다. 연우심의 강력한 무공에 쓰러진 그는 화산파 근처에 버려지게 되었다.

꼬박 하루동안 쓰러져 있던 그는 마침 근처를 지나던 섬서사흉에게 구해졌다. 섬서사흉과 호칠 또한 염우백과 맞닥뜨리게 되어 호칠이 염우백을 막아내는동안 섬서사흉은 무사할 수 있었고, 호칠을 구해서 가던 도중에 그를 발견하게 된 것 이였다. 호칠 또한 그 처럼 염우백의 무공에 큰 중상을 입은 상태 였다. 그에 비해 무공이 약한 호칠은 상세가 위중한 상태였고 빨리 의원을 찾아가 진찰을 받아야 할 위급한 상황 이였다. 몸을 추스린 그는 섬서사흉과 함께 무사히 몸을 피했고, 호칠을 대신해 그는 소미를 찾아올 것을 약속하였다.
소미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섬서성 일대에서 백련교의 자취를 찾던 그는, 몸을 추스린 호칠과 합류하였다. 그를 만난 호칠은 나쁜 소식을 전해왔다. 일전에 그에 의해 섬서사흉을 잡아들이지 못한 화산파가 다시금 움직이고 있었고,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호칠이 혹시라도 자신들로 인해 다칠까봐 섬서사흉은 호칠과 따로 떨어져 움직이고 있다는 것 이였다. 호칠은 섬서사흉이 걱정되어 그에게 도움을 청하였고, 호칠을 위해서 그가 섬서사흉을 찾고자 화산파로 향하는 도중에 섬서사흉의 이원지를 만났다. 이원지는 화산파로 가는 길목에 쓰러져 숨이 다해가고 있었다.
섬서사흉은 이미 화산파에 발각되어 고가는 죽임을 당하였고, 나머지 둘은 화산파에 끌려갔고, 호칠마저도 화산파에 끌려갔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전한 이원지는 곧 숨을 거두고 말았다.
급하게 화산파로 그가 달려갔지만 이미 섬서사흉은 호칠을 끌어안고 절벽 아래로 투신한 후였다.
분노한 그는 화산파에 그 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었지만 되돌아온 것은 화산파 제일기재인 청풍의 검이였다. 청풍을 쓰러뜨린 그는 호칠을 찾기 위해 절벽 아래로 내려갔고, 절벽 아래에서 다행히도 숨이 붙어있는 호칠을 발견하였다. 섬서사흉이 자신들의 몸으로 호칠이 다치지 않게 보호하면서 뛰어내린 덕분에 호칠은 용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호칠은 섬서사흉의 시신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말하였다.

"하늘은 사람을 돕지 않아요….. 다만 사람만이 사람을 도울 뿐 입니다."

그는 끝까지 소미를 함께 찾고자 했지만, 호칠은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며 사양하였다. 그를 뒤로 한채 호칠은 그 무거운 발걸음을 묵묵히 옮기고 있었다.